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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저는 삼풍 생존자 입니다 _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행복
    문화생활 2023. 2. 5. 23:26

    ‘저런 사연이 있는 삶은 어떨까?’

    다른 에세이를 집어들던 이유와 다를 바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다. 내가 가볍게 충동적으로 집어들은 무게와는 전혀 다른 무게의 삶이 책 속에 있었다. 저자는 내가 생각할 수도 없는 정도의 혼돈 속에서 살아왔다.


    ‘개연성도 사서도 없는 불행’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할까? 사고는 한순간에 지나갔지만 망가져버린 마음은 오랫동안 저자를 괴롭혀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다친 마음을 관리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여 책을 쓰기에 이르른다.

    사람들의 생사가 살아온 삶의 선악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 당시 어느 위치에 서있었냐는것 뿐이었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착하게 살아야할까?

    내가 착하게 산다고 해도 어느 불행은 여전히 어떤 맥락도 서사도 없이 나를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바르게 살아가려는 노력이 이 사회에 ‘어떤 나쁜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지켜내는 퍼즐의 한조각이 된다. 사회의 여러 크고 작은 불행을 막을 수 있고, 개연성없는 불행이 적은 사회가 만들어 가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다. 우리 개개인은 그 사회라는 유기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는 어떤 면에서는 보이는 문제보다 더 힘들기도 하다. 밑 빠진 독이 된것 같은 기분일 것 같다. 결코 차오르지 않던 마음. 주변사람과 자신을 괴롭히면서도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던.
    그래도 저자는 작아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그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자신의 경험과 상태를 인정하고 겸손함과 감사함, 그리고 사랑이 필요한 곳에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기로 한다. 나역시 사랑과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고로 밑 빠진 독과 같아진 마음을 채우기에 가장 좋은 것은 나눌수록 많아지는 사랑이 단연 최고였을 것이다.


    단순 궁금하다는 이유로 책을 펼쳐보아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꼭 사고를 겪지 않았어도 마음이 외롭고 매말랐을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요즘같이 서로 다른 누군가의 불편함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시대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 세상을 이정도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여러 크고 작은 분란을 잠재울 수 있을텐니까.

    혹시 아주 조금의 정치적인 이야기도 싫다면 마지막장만 빼고 읽어도 마음의 폭을 넓히는데에 도움이 될것이다.

    지금까지 썼던 책 리뷰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 미숙한 내가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을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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