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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사랑하는 삶은 아름답다_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예술의 전당)
    문화생활 2023. 1. 29. 22:13

    미쳤지, 예술에 전당에 주말 점심에 가다니

    주말에 예술의 전당이 번잡한건 알고 있었지만 특히 주말 점심시간에 까페테리아는 가는게 아니였다. 주문도 많이 밀려서 고작 따뜻한 커피와 진열된 빵하나 주문했는데 10-15분이나 걸린다고 점원이 친절히 안내해준다. 차라리 식사를 하고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애매하게 늦게 도착할 예정인 친구는 식사 생각이 없단다.

    다행이 5분쯤 지나고 메뉴가 나왔고, 5300원이나 하던 커피는 다행이 맛이 좋았다. 빵을 거의 다 먹을 때쯤에서야 콘트라베이스를 퉁기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런 잔잔한 음악을 의식하기엔 이곳이 너무 시끄러웠다.


    어머, 이 전시는 꼭 봐야해

    새로운 시각자극이 필요했다. 신선하면서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걸로. 흑백으로 시커먼거 말고, 알록달록한게 보고싶었다. 그런 마음 상태에서 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시 홍보 포스터를 보고 내가 반하는건 당연한 일이였다.겨울 석양의 숲속을 달리는 여러 마리의 말들, 석양이 지는 바다의 요트경기, 부드럽고 그윽한 꽃향기가 풍길것 같은 여인. 그림들에게서 샤갈, 마리로랑생 같은 느낌도 있었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20세기의 마지막 인상파라는 얘기가 있던데, 전시들 들어가게 되니 그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AI가 그린 그림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이런느낌을 낼 수 있으까?

    그의 그림들의 최근 작품들은 모네의 그림처럼 거칠고 뭉개진 형태로 그려진 그림들이 많았지만, 그게 무엇이고 무얼 그리려고 했는지 분명하게 보였다. 달리는 말의 다리를 의도적으로 뭉개서 달리는 느낌을 표현한 것들이나, 새싹이나 살얼음을 그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얼음이 이제 막 녹기 시작한 이른 봄 개울가의 쌀쌀함, 청량함같은거. 마티스의 ‘삶의 기쁨’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그림도 보였다. 바닷가 근처에 사는 그는 친구들과 스키니디핑을 종종 즐기는 듯 해보이는 그림이 여러점 있었다. 여러명의 사람들의 얼굴표정은 묘사되어있지 않지만 각자 기쁨에 찬게 확실해 보이는 몸짓들. 마티스의 그림을 많이 떠올리게 하였지만, 막상 마티스의 그림을 찾아보니 전혀 달랐다. 브라질리에가 자신만의 색으로 잘 만들어낸것 같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을 중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영리하게 잘 취해 온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붓을 놓은 적이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다른 모험을 하지 않고 꾸준하기 자기만의 기조로 작품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가서 새로운 영역들의 예술세계가 자꾸 생겨나는데, 그것들에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고 인상파 화가로 그 긴세월을 살아낸걸까. 잔잔한 아름다움. 못말리는 고집. 그럼에도 인생을 즐기고 한 여인과 일평생 한결같은 사랑을 하였다.

    아주 유명한 인상파의 그림들은 지난 몇십년 동안 너무 많이 상업적으로 소비가 되어 아트상품으로 사용하기에는 좀 지겨운 느낌이 있다. 하지만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신선하다.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상직적인 의미가 깊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해한 기법도 없으며, 색과 형태들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지만 모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쉬웠다.




    한참을 프랑스병에 걸려서 불어도 배우고, 갈 계획도 치밀하게 세웠다가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병이 돋을려고 한다. 프랑스에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과 동시대에 지구상에 존재한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직접 만나 작품에 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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