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우림 25주년 콘서트 후기...일뻔 한 글.문화생활 2022. 9. 1. 17:35
오늘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6시에 일어나 여유롭게 아침을 준비하는데 흥얼흥얼 노래가 나왔다. "다, 다 다아~"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그랬나보다.
자우림을 좋아하지만 음악만 듣는 편.
유명인의 사생활은 되도록이면 캐지 않고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나의 사춘기는 그런 여유는 없었고. 그냥 그들의 들려주는 노래만으로도 외롭고 혼란했던 나의 10대를 적절히 위로받을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의 삶은 10대일적 보다는 좀 더 채워지고, 마음도 단단해지고 위로받을 일이 많지 않아져서였을까. 싸우지도 않고 마음이 잘맞던 친구와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하며 자연스럽게 멀어지듯, 그들의 노래와도 그런 사이가 되었다. 바쁘게 나의 삶을 살아가다 드문드문 들려오는 그들의 신곡 소식 또한 오랜친구의 소식을 들은 것 마냥 항상 반갑고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신곡 소식은 늦게 알게된다고 해서 발매한 앨범이 없어지는것도 아니니 나같이 수동적이고 재빠르지 못한 팬에게도 언제든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공연, 행사, 방송 소식은 있어도 모르고 지나치기 부지기수였다. 학생때는 돈도 없고, 통금시간도 있어서 공연을 못보러 다녔다면, 돈도 있고 시간도 있을 때에도 그렇게 수많은 콘서트를 다 끝난 뒤에야 알게되고 항상 아쉬워했다.
그래도 막상 티켓팅 소식을 들으니 ‘꼭 가서 들어야 하나..’라는 안일한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지만, 나도 나이들어가고, 맴버들이 나이들어가고,. 이러다 아직 있지도 않은 나의 2세가 내 환갑잔치에 효도 선물로 자우림 디너쇼를 보내주게될까봐 우리(?!) 모두가 가장 젊을때, 좀 더 훌륭한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이번에 처음 콘서트에 다녀왔다. 얼마전에 무슨 바람인지 안식처에 미리 가입해두었는데 이 날을 위해서였나보다.
앞서 후기를 한줄 요약하자면, "나같은 흥부자가 이제사 이런곳을 다녀오다니, 앞으로 자주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게되었다.
자우림 25주년 콘서트 김윤아 ‘나 아직 젊구낰ㅋ’
그렇게 방방 뛰었지만 나의 몸은 멀쩡하였고, 마냥 즐거웠다.
콘서트 가기 2-3주 전부터 마음이 양극단을 오가던 바람에 이번에 setlist는 너무 우울의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심지어 콘서트 전날 밤에는 콘서트에 가고싶지 않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안다녀왔으면 죽을때까지 후회했을것 같다. 모두가 두루두루 즐길 수 있을 만한 음악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벼운 마음+적당한 감동(이지만 광광울었당)]으로 구성된 콘서트는 나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쏙 꺼내주었다. 다른 이들은 어떠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은 솜사탕 마냥 뽀송뽀송하고 달달해졌다.
-고마워요~ 언니오빠들!
김진만, 김윤아, 이선규, 포토타임! 김윤아의 핑크색 반짝이 슬림 미니 원피스는 너무 이쁜게 신기해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그의 나이를 잊은 젊음과 미모는 비현실적이였다. 왼쪽의 수줍지만 할거 다하는 베이시스트 김진만과 오른쪽의 수줍지만 가슴속에 작고 뜨거운 불 한덩어리를 품고 있는 기타리스트 이선규도 애정하는 만화책에서 튀어나온것 같은 느낌이지만, 오늘 초면인데 어째서 친구같은 느낌이 들지? 비현실적이다라는 표현을 먼저 해버리긴했지만, 아이러니한 이 기분.
그들을 알게 된게 25년전이였는데 이제서야 첫만남.
(이라기엔 그들은 내가 안보였겠지)어릴 적에 좋아하던 밴드가 이렇게 롱런하고 있음에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같은 타임라인테 들어있음에 또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 앵콜곡. 음악도 사진에 그려졌으면 좋겠다. 이 길고 긴 우주의 시간 속에 나의 여러 추억들 사이에 그들이 있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중에 걷고 있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그들의 노래는 자그마한 오두막이되어 나의 마음을 품어주었다.
그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들의 음악은 나의 타임라인에 조용히 띄워져 있어 어느 날 나의 기분에 흥얼흥얼 콧노래로 흘러 나왔고,
그들의 음악의 여러 감정들이 나에게도 빅데이터(?)로 쌓여, 어떤 기분으로 이 음악이 나왔는지.. 느껴질때도 있다. 물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4차원의 공간 속에 늘 그랬듯이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이들이다.
그런 그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한 공간에서 숨을 쉬고 왔다는 것은 참 뜻깊은 일이었다.
내가 여기 있듯 그들도 있구나.
콘서트는 7월 10일 벌써 2달이 다되어 가는데,
느림보 팬은 이렇게 이제사 묵혀두었던 글을 꺼내서 올린다.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0) 2023.02.12 전시]알버트 왓슨_심플하고 강하게 (0) 2023.02.11 책] 저는 삼풍 생존자 입니다 _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행복 (0) 2023.02.05 전시]사랑하는 삶은 아름답다_앙드레 브라질리에 전(예술의 전당) (2) 2023.01.29 하얼빈, 비겁하지 않게 살아가기. (2) 202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