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무거운 소설만 봐서일까?
싱겁고 가볍다.
좀 가볍게 보이기 위해 작가가 다소 코믹하게 묘사한 부분도 많았다.
코메디영화를 나래이션과 함께 글로 묘사한 소설 같았다. 간결하고 가벼운 문체.
한동안 무겁고 치밀하게 써내려간 소설이나 글을 많이 읽었기 때문일까. 이 작품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손가락 타이핑을 너무나 가벼웠을것 같다는 생각이 주제넘게 들었다.
덕분에 환기가 많이 되었다. 머리아픈, 생각을 많이 많이 많-이 하게 만드는 글이라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고 읽고나서도 한동안 짓눌려 있는 기분이 없잖아 있었다. 이번 책은 너무 수월하게 페이지가 후루룩 넘어가는 속도감이 좋았다. 너무 쉽게 읽었다고 하면 작가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 에밀졸라의 ‘인간짐승’라고 하면 조금이나마 용서가 될런지…..
아직도 리뷰쓰는걸 미루고 있는데…..
이 책의 속도감에는 ‘빨리 결말을 보고싶다’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관심있어라 하던(과거형이다) 성공과 자기계발. 도전과 실패의 반복. 성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자기계발과 도전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약간은 나의 미래를 가늠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소설가가 그려보는 자기계발러 도전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지를.
계속 도전을 하다 뭔가 하나 걸려들지만 이용만 당하고 팽당하는 결과로 첫번째 결말이 만들어지고
진짜 결말은 잔잔하게 마무리가 된다.
잘 기억이 안나서 다시봤다.
사실 첫번째 결말에서 좀 벙쪄버렸다. 다들 알고 있는 결말을 나혼자 모른채 달려가고 있던 성곤의 모습과 내모습이 왠지 겹쳐보였다. 내가 하려고 꾸리고 있는 프로젝트는 너무 잘되면 나도 저렇게 성곤처럼 뒤로 나자빠지게 되려나?
너무 잘되면 안되는건가? 애초에 어마어마한 성공같은 것들은 정말 선택받은 몇몇에게만 가능한 것이고,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쩌다 성공을 해도 그 성공을 감당하지 못하고 약육강식의 세계의 논리로 나보다 그릇이 큰 사람에게 잡아먹혀야만 하는 것일까?
꼭 이 소설과 같은 결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성공하고 싶어서 성공한 사람들의 창업이야기를 많이 찾아보았다. 자신의 브랜드를 잘 키워서 어마어마한 값에 세계적인 브랜드에 팔아넘기고 자기는 운영에 어느정도 개입하는 위치로 넘어간 사람도 있고, 취미로 시작하여 차근차근 천천히 회사를 확장하여 우리나라 굴지의 쇼핑몰을 만든 이도 있고, 몇년새 급성장한 자신의 회사를 가족끼리 구멍가게처럼 운영하다가 부실기업판정받거나 경영비리로 고소당하거나, 자기가 세상 최고인줄 알고 소비자에게 갑질하다가 망하거나,..잘된 사례도 있지만 그릇이 그만큼크지 못하거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잘되기 어려운것 같다.
이론만 계속 배워나가는 나.
내가 좋아하는 사업가들은 이론보다는 감각을 잘 키우던데.
성곤은 감각을 잘 키우던 사람인가? 바닥을 치고나서 아주 사소하게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가 대박을 터트렸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인복도 따라오지 못해서 고꾸라졌다. 코메디 영화 아니, 코메디 소설이고 성곤도 그런 성장해 나가는 중에 있는 캐릭터라 그런 전개가 충분히 납득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끄덕끄덕하게 된다.
결국 수많은 도전과 엄청난 한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부자가되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성곤은 정말 제자리일까? 작가는 어째서 잔인하게도 성곤을 계속 제자리로 되돌려 놨을까?